이글루스 | 로그인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의지는 있는가

모든 상황이 절망적인 불모지에서 뭔가를 널리 알리고 빛내고 싶다면, 그것이 정말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고 훌륭한 결과물이 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은 필수이며 기본일 겁니다. 기본으로 깔고 있는 성공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조그마한 불만이라도 나온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그런 불만이 나올만한 구멍들을 최대한 틀어막지 않으면 안됩니다...라는 것이 제가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NEO를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지요...

슈퍼로봇대전 NEO, 일단 게임 자체는 전략성이 높으며 재미있고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바라던, 알파 이전의 예전 시리즈와 비슷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그 긴장감이 스테이터스의 부조리한 책정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시스템과 전략에 의해 생겨난 긴장감이다...라고 하는 이상적인 상황이 온 것도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 Wii가 없는지라 이게 사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것이 사실이어서 NEO의 게임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해도, 이 게임은 지금 상황으로 봐선 '비운의 명작'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솔직히 이 작품이 타고난 태생은 슈로대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불모지에서 태어난 아이와 같습니다. 일단 결정적으로 3D 슈로대이고, 현재 슈로대에 있어 '메인스트림 기종'인 PS계열 콘솔이 아닌 Wii로 발매됐습니다. 딱히 타고난 악조건은 저 둘뿐입니다만, 저 둘만 해도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3D라면 몸서리를 치는 유저들이 너무도 많고,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중에서도 Wii를 갖고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같은 조건으로 나온 α For DC, GC와 XO의 전례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이 게임도 망작이겠지'라는 생각이 주입되기 쉽습니다. (XO는 재정비하면서 괜찮은 작품이 되었다란 평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평할 수 있는 사람 - 즉 해본 사람이 너무도 적기 때문에...)저도 처음에 NEO가 발표됐을땐 '아 이 색휘들이 닌텐도 눈치 보느라고 대충 Wii에 버리는 카드를 내는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속속 발표되는 정보를 보아하니 완전히 버리는 카드는 아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그 최악의 환경에서, NEO는 의외로 뭔가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을 발산했습니다. 테라다 PD가 Z에서 일부 시도했던 '슈퍼로봇대전의 전략성 증대'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슈로대의 게임플레이 환경을 새로운 시대로 발전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모든 거부감을 이겨내고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먹혀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아직 거부감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 거부감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하고 살까 말까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기다리려고 할 겁니다. 당연히 여기서 긍정적인 정보가 많이 들어와야 이 사람들이 갈등을 끝내고 NEO를 사러 달려가는 쪽을 선택합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정보가 들어오게 되면......플레이어는 늘지 않습니다. 이 부정적인 정보라는 건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재현도가 엉망이라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참전작이 냉대받았다거나, 기대했던 무기의 연출이 구리다거나, 기대했던 크로스오버가 없었다거나......하는 것 또한 자칫하면 구매여부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부정적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NEO 정보를 쭉 살펴보니 이런 부정적인 정보가 새어나올 구석이 너무도 많습니다...

다 생략되고 썰렁하게 표현되는 합체·변형 장면들, 생각보다 짧은 화수, 보이스와 BGM 볼륨간의 언밸런스, 첫 참전인데도 OVA까지 종료후 설정에다가 모두가 기대하던 실버 캐슬 멤버라곤 매그넘과 윈디밖에 안나오는 아이언리거, 등장은 했지만 결국 스토리 없이 등장한 다이테이오, 톱니왕이 잘려나가고 특유의 공룡 연출이 재현되지 않은 고자우라, 은근히 재현도가 미묘한 부분이 있는 라무네스, 아무리 원작종료 후라지만 도몬 한명만 달랑 나온다는 슈로학의 악몽이 재림해버린 G건담, 비슷한 처지의 고쇼군, 원작의 인기 BGM(?)의 누락 등......이들 중에는 정말로 사소한 문제점들도 많습니다만, 게임의 다른 부분이 저런 것 정도는 커버쳐줄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NEO가 처음에 서있는 입장이 너무나도 불리하기 때문에, 저런 사소한 문제점들이 실제 가치 이상의 치명타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또 몇개는 슈로대 NEO가 갖는 또 하나의 성격인 '캐릭터 게임'으로선 다소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점이구요. 이 점이 저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로 3D 노선을, 또 더 나아가 전략성 중시의 새로운 노선을 개척해나갈 의지는 있었던 겁니까. 유저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높은 판매량으로 성공을 인정받으려는 의지가 있었던 겁니까. 지금 상황에서 3D 슈로대가 성공하려면 연출은 그렇다쳐도(이번 작 연출은 분명히 좋아졌습니다만 결국은 여전히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며 2D에 익숙한 유저들의 요구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적어도 다른 부분에서만큼은 유저들에게 트집을 잡힐 일이 없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게임성은 훌륭하지만 이리저리 불만점이 많고 뭔가 저예산 게임의 냄새가 난다...평이 나오고 있다는 이 상황. 테라다 PD가 '이게 성공하면 이 노선이 이어진다'란 말까지 꺼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너무도 이상한 이 상황.

물론 수익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3D 슈로대에 예산을 많이 투자한다는게 힘들다는 건 압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저예산의 한계에 묶인 완성도로, 또 지금 당장이라도 틀어막을 수 있을 듯한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로, 앞으로 이 노선을 여유롭게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을 노렸다는 겁니까. 아니면 결국 NEO도 또다른 실험작에 불과했다는 겁니까. 결국은 제가 처음에 걱정했던 것처럼, 시스템만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버리는 카드'에 불과했다는 겁니까......


일단은 저 사소한 불만점들을 이겨내고 이 게임을 접해보려는 사람들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by FA-007GIII | 2009/11/07 01:13 | 잡글 | 트랙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msf007.egloos.com/tb/156495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풍신의 곤과 붕이 날뛰.. at 2009/11/07 20:43

제목 : 슈로대 잡설---한번 택티스로 가보면 어떨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의지는 있는가 글을 쓰기전에 NEO에 대한 FA-007GIII님의 글에 써있는 단점에 한마디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슈로대에서 짧은 화수, BGM과 보이스의 언벨런스(Z땐 보이스 버그까지 있었으면서 왜 신경을 안쓴거지?) 원작 스토리 이후에 등장, 원작 특유의 연출 부재, 재현도 미묘, 인기 BGM 누락이라면, 아무래도 전부 치명적인 단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제게 있어선 크로스 오버, 스토......more

Commented by ICARUS-G at 2009/11/07 10:14
3D가 편하다는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보면 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 쪽에 기술이 없을 수도 있는거지만 지금은 기종갈등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손해가 꽤 클 것 같습니다만(...)
Commented by 샌드맨 at 2009/11/07 21:04
작품성 여부를 떠나 Wii는 매니아층이 적다는 문제가 있었지요. PS2와 동시발매긴 해도 SD G제네 워즈(8월발매)때도 Wii용은 발렸고, 전국바사라3도 Wii로 먼저 발표하고 결국 PS3로 멀티뛰게된 사례도 있구요. PS2로 했으면 적어도 03년 스크램블 커맨더 판매량만큼은(첫주 8만) 찍었을걸로 보이는군요.

더불어, 첫주판매량의 소화율을 보니 초회를 약 4만개만 풀은 모양인데, 반다이/반프도 팔겠다는 의지는 보이질 않습니다(..)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9/11/16 09:05
원래 새 하드에 가장 먼저 런칭하는 슈로대는 리메이크 또는 실험작이죠. 판매와는 별개로 일단 실험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시북 at 2009/11/16 13:58
저는 이제야 좀 여유를 찾아서 서핑중입니다. 이 글도 방금 발견! 뒷북댓글입니다만... 판매량과 호응도가 전혀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해서 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건질건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다라는 자위(?)정도인데... 이걸 토대로 과연 어떻게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가,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일단 NEO가 뉴로켓스타트가 될 수 없었던 이상, 역설적으로 이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사활을 건 승부수가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2D일 가능성이 높겠고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