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록맨 9

말도 많고 탈도 많다가 결국 발매되어서는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듯한 Wiiware용 '록맨 9 - 야망의 부활!!'. 게임 자체는 대부분의 이름 있는 사이트들에서 그래픽만 빼면 높은 점수를 받은 듯 하고(솔직히 개발자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그래픽도 그렇게 낮은 점수를 받을건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플레이 동영상들을 보니 음악도 좋고 옛날처럼 재미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제게 있어 록맨 9라는 게임은 '하고 싶은 게임'에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다만 제가 여전히 호의적으로 이 게임을 보고 넘어갈 수 없는 것 하나는, 왜 이놈의 제목이 '록맨 9'냐는 겁니다...


게임의 제목을 가지고 불만을 가지는건 어찌보면 참 바보같은 짓일지도 모릅니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는데 제목이 무슨 상관이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록맨 9는 일단 재미있어 보였고 해본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하고 있으니 록맨 9는 저 '게임 자체가 재미있는데-즉 게임의 본질이 충실한데 뭔 상관이냐'라는 말로 모든 비난을 회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세상에서는 '본질'만으로는 다 OK가 되지 않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일단 사람한테 호감이 가는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흔히들 '본질이 괜찮다'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마음씨가 좋다'란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호감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단 가장 중요한건 게임이 재미있어야 되는 거지만, 정말로 모든 면에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재미 이외의 여러가지 면이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8비트 그래픽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어렸을때부터 패미컴을 하면서 자랐고,지금도 실사에 가까운 화려한 3D 그래픽보다는 투박한 도트로 찍힌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을 더 많이 하는 제게 있어 그런 것들이 쓰레기같아 보이고 그러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전 스타일의 그래픽과 사운드가 있어야 할 곳이 있고 있어서는 안될 곳이 있습니다. 록맨 9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걸 증명해줍니다. 누군가는 '이래선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록맨 9'라는 게임은 록맨 시리즈의 정통 넘버링 최신작입니다. '록맨 월드'나 '록맨 & 포르테','록맨 록맨'같은 외전격 작품과는 격이 다른 위치에 있는 작품이에요. 제가 갖고 있는 불만은 이겁니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액션까지 모두 과거로 퇴화해버린 게임을 정통 넘버링 최신작의 자리에 올려놨다는 겁니다.


저는 어떤 시리즈의 정통 최신작이라고 하면, '현재 그 시리즈의 최선단의 모습을 보여주며,현 시대의 게임 플레이어들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또 해당 시리즈에 거부감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 시리즈는 이걸 충실히 따르거나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게임성,그래픽,사운드를 모두 강화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구요.(이게 100% 맞는 소리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전 여기서 제가 이 게임을 완전히 긍정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합시다)록맨 9는 이 조건을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게임이 록맨 시리즈의 최선단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는 때려죽여도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정통 시리즈로서의 전작'인 록맨 8이나 그냥 전작인 록맨 & 포르테만 봐도 록맨 9보다 훨씬 발전된 그래픽과 사운드,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애초에 '옛날로 돌아간 록맨'이란 컨셉으로 제작된 작품이니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겠지요. 현재의 게임 플레이어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고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있느냐를 봐도 아닙니다. 아까 전에 말했던것처럼 이 게임은 논란이 너무 많았습니다. 또 록맨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이나후네 씨의 인터뷰를 보면 '록맨 2가 시리즈 중 제일 재미있었다'란 말이 많았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상황에서 록맨 2를 플레이할 수 있었고(록맨 2는 1988년에 나왔으며 PS1용 재발매를 감안하더라도 1999년입니다)그게 제일 재미있었다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록맨 시리즈의 골수 팬일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한 10년간 록맨 시리즈를 죽 플레이해왔던 골수 팬이란 말이에요. 록맨 9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골수 고정팬들이 타겟이라는 말이 됩니다. 시리즈의 정통 최신작이란 놈이 말입니다.(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골수 팬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보고 록맨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게임은 솔직히 제가 보기엔 '올드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란 위치엔 자리잡을 수 있어도, '시리즈의 정통 최신작'이란 위치에 자리잡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록맨 9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게임으로 같은 Wiiware로 나온 '그라디우스 리버스(ReBirth)'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라디우스 시리즈의 최신작 '그라디우스 Ⅴ'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3D 그래픽, 새로운 액션, 시스템 등을 완전히 버리고 그래픽은 97년작 '그라디우스 외전' 수준의 2D 그래픽으로 돌아갔고, 사운드는 80년대 후반 아케이드용 작품들에서 쓰던 음원을 갖고 작곡했으며, 시스템도 옛날 작품에 근거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록맨 9만큼은 크게 거부반응이 나오지 않았어요. 이 작품이 록맨 9에 비해 발매 전 정보 공개를 꺼렸던 탓도 있지만, 이 게임은 '그라디우스 리버스'란 타이틀을 달고 나옴으로서,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인 '그라디우스 Ⅵ'가 아닌 올드팬들을 위한 선물이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거든요. 전 지금의 록맨 9라는 게임도, 록맨 9가 아닌 다른 제목을 달고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품격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메뉴로 추억의 80년대 도시락을 파는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뭐 제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FA-007GIII | 2008/09/27 20:01 | 잡글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msf007.egloos.com/tb/88095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시북 at 2008/09/28 02:26
오, 칼럼까지 ^^ 글 진짜 잘 쓰셨어요. 그런데 저는 상당부분 FA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적어도 정식 넘버링 최신 작품이라면, 그만큼의 격을 갖춰야 하는게 아닐까요. 아무리 요즘에 추억에 기대어 찍어내는 것이 안전패라고는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번의 연기 속에서도 명작 중에 명작을 찍어낼 듯이 조심스러운 행보중인 DQ9만해도 PS2 8탄 -> DS 9탄의 파격적 하드웨어 변신임에도 충분히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서 신경쓰지 않습니까. 록맨 9는 조금 경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견이었습니다 :)
Commented by 갓뎀·더·배드뉴스 at 2008/10/04 00:06
공감가는 부분이 많군요. 특히 슬라이딩과 록버스터 챠징을 없애버린건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인트로의 롤은 록맨8 이전의 디자인이고, 엔딩의 롤은 록맨8 이후 디자인이더군요. 정줄 놓고 대충 만든듯.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